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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줄거리, 역사적 배경, 총평

by 전킹스 2025. 10. 11.

로건 줄거리

영화 ‘로건’은 우리가 알고 있던 히어로물의 세계를 완전히 뒤집는다. 2029년, 돌연변이는 거의 사라졌고, X-맨은 역사의 뒷페이지로 밀려났다. 한때 ‘울버린’으로 불리던 로건(휴 잭맨)은 늙고 지쳐, 재생 능력조차 약해진 채 리무진 운전기사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몸은 아다만티움 독에 서서히 썩어 들어가고, 정신은 과거의 상처로 가득하다. 그는 텍사스 국경 근처의 허름한 창고에서 치매에 걸린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를 돌보고 있다. 한때 수많은 돌연변이를 이끌던 정신적 지도자가 이제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폭발적 발작을 일으키는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평화롭지만 고통스러운 일상에 갑자기 한 여성이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한 소녀를 멕시코 국경 너머로 데려다 달라”라고 말한다. 그 소녀가 바로 ‘로라(다프네 킨)’. 그녀는 로건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사실상 ‘딸’과도 같은 존재다. 로라는 로건의 야수적 본능과 재생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처절한 싸움의 기술을 지녔다.

로건은 처음엔 이를 거부하지만, 로라를 쫓는 트랜시젠트 기업의 무자비한 추적이 시작되면서 어쩔 수 없이 도망자가 된다. 로건, 로라, 그리고 자비에 세 사람은 함께 국경을 향해 달리며 각자의 구원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 여정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자비에는 로건의 클론 ‘X-24’에게 살해당하고, 로건은 결국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로라와 다른 아이들을 지킨다.

영화의 마지막은 잊을 수 없다. 로건은 죽어가며 로라의 손을 잡고 “이게 바로 느낌이야(So this is what it feels like)”라고 말한다. 그가 평생 찾지 못했던 인간의 따뜻함, 가족의 감정, 사랑의 순간을 마침내 느낀 것이다. 로라는 로건의 무덤 앞에 십자가를 ‘X’ 모양으로 바꾸며, 그 이름의 의미—X맨의 마지막을 상징—을 완성시킨다.

이 줄거리는 단순히 영웅의 죽음을 다루지 않는다. ‘로건’은 세대의 교체, 인간성과 폭력의 경계, 부모와 자식의 유대, 그리고 ‘죽음의 존엄’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피로 물든 여정 속에서도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영웅은 왜 늙는가?” “우리가 진짜로 남겨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적 배경

‘로건’은 2017년 개봉 당시,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작품이자, 17년 동안 울버린으로 살아온 휴 잭맨의 마지막 출연이었다. 그동안의 마블 영화들이 화려한 CG와 영웅의 승리, 팀워크를 강조했다면, ‘로건’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이건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영화다”라고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2010년대 중반 미국 사회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 슈퍼히어로 장르가 피로감에 빠지고, 현실의 불안과 노년, 폭력, 고독이 사회적 키워드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로건’은 그런 시대정신 속에서 ‘초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영웅’을 그렸다. 늙고 병든 영웅,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돌연변이, 그리고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 이들은 모두 ‘포스트 영웅시대’의 상징이다.

영화는 또한 1970년대 서부극의 미학을 계승했다. 로건과 로라가 떠나는 여정은 전형적인 ‘로드 무비’이자 ‘서부극적 탈출기’다. 황량한 사막, 불타는 하늘, 고요한 총성은 ‘존 웨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고독한 영웅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로건이 TV 속 고전 서부극 ‘셰인(Shane, 1953)’을 로라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 대사는 곧 로건 자신의 운명을 예언한다 — “한 남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그는 누군가를 위해 싸우지.”

또한, ‘로건’은 당시 영화 산업 내에서 R등급 히어로 영화의 성공을 입증한 작품이었다. 폭력과 피, 죽음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히어로 장르가 단지 청소년용 오락물이 아니라 예술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조커(2019)’나 ‘더 배트맨(2022)’ 같은 이후의 어둡고 인간적인 히어로 영화들의 출발점이 되었다.

즉, ‘로건’은 단순한 시리즈의 끝이 아니라, ‘히어로 영화의 진화’를 선언한 역사적 작품이었다. 그것은 마블의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짜 ‘죽음’을 두려움 없이 보여준 순간이었다.

총평

‘로건’은 히어로물의 외피를 쓴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다. 피와 먼지로 얼룩진 세계에서, 늙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배우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한다. 휴 잭맨은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액션 영웅이 아닌 ‘비극적 인간’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분노와 슬픔, 자책과 연민이 뒤섞인 눈빛 하나로 인생의 무게를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감정선은 ‘부성애’와 ‘구원’에 있다. 로건은 평생 자신을 괴물이라 여겼지만, 로라를 만나면서 비로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임을 깨닫는다. 그는 딸을 위해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한마디 — “이게 바로 느낌이야” — 는 그의 인생 전체를 요약하는 문장이다.

영화의 연출은 절제와 현실감으로 빛난다. 화려한 히어로 액션 대신, 상처투성이의 신체와 피 묻은 손이 중심에 있다. 싸움은 고통스럽고, 죽음은 생생하다. 그 안에서 진짜 인간의 감정이 드러난다. 음악 역시 과하지 않다. 존 파웰의 사운드트랙은 절망과 희망의 경계를 잔잔하게 흐른다.

‘로건’은 결국 ‘세대 교체의 서사’이자 ‘죽음을 통한 계승의 이야기’다. 로라와 아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희망을 상징하며, 로건은 자신의 유산을 그들에게 남긴다. 영화가 끝나고 십자가가 ‘X’로 바뀌는 장면은, 눈물과 동시에 평화를 준다. 그는 마침내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영웅으로서 잠든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당신의 마지막은, 당신답게 준비되어 있는가?”

‘로건’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죽음과 구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유언이다. 2010년대 가장 완성도 높은 장르 해체 영화이자, 휴 잭맨이라는 배우가 남긴 가장 뜨거운 작별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