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출생률이 0.6~0.7명대에 머물러 있는 초저출산 국가입니다. 예전처럼 2~3명의 자녀를 두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요.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인구 감소 차원을 넘어 사회 구조 전반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선, 자녀가 적어질수록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와 조부모까지 합세하여 막대한 자원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됩니다. 이른바 ‘학조부모(학부모+조부모)’라는 단어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핵심 학군지들은 앞으로 더욱 견고한 성을 쌓을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히 집값 문제를 넘어서, 교육과 진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출생률이 낮아지면 학군지 수요도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적은 수의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지역,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가는 움직임은 오히려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학군지를 판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하굣길 풍경입니다. 오후가 되면 부모 대신 조부모가 손주를 픽업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면, 그 지역은 이미 1 티어 학군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한 가족이 세대를 넘어 총력을 기울여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결국 자녀 한 명을 중심으로 부모, 조부모가 똘똘 뭉쳐 “핵심지에 자리를 잡게 해 주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2030년 이후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아이가 귀해질수록, 소수의 자녀를 최고 수준의 경쟁력 있는 환경으로 진출시키려는 집착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학군지는 더욱 희소해지고,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즉, 인구 감소가 곧 학군지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2. 증여·상속 사회로의 전환과 교육 기반 양극화
한국 사회는 점점 자수성가보다 증여와 상속을 통해 부를 이어받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세대 간 자산 이전이 아니라, 사회적 계층 고착을 불러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나도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는 냉혹한 현실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회 구조 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갈립니다. 어떤 이들은 불평만 하며 세상을 탓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이를 인정하고 이를 갈며 더 나아가려 노력할 것입니다. 문제는 양극화가 이미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의 양극화조차도 진짜 양극화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양극화는 교육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히는 대표 학군지가 존재합니다. 이곳들은 오래된 구축 아파트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신축 재건축이 진행되는 순간 주거비가 폭등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로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납니다.
이와 동시에 국제학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좋다’고 평가받는 국제학교들은 이미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현상은 지속될 것입니다. 결국 좋은 교육 기회를 잡는 것은 학조부모 세대의 지원과 결합해 특정 계층에 더 집중되고, 이로 인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좁아집니다.
즉, 증여·상속으로 물려받은 자산이 부의 격차를 만든다면, 교육은 그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자녀를 중심으로 부모와 조부모가 결집하여 만들어내는 ‘집중 투자 구조’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교육 기반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교육은 기회균등을 위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계층을 가르는 분명한 경계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